[취재수첩] 타운 보궐선거 무산, 한인 정치사 수치
‘800만 달러와 헤더 허트’ 지난달 30일 마크 리들리-토마스(MRT)의 유죄 평결이 나오자마자 캐런 배스 LA시장을 포함해 시의원들 대부분은 마치 짠 것(?)처럼 ‘보궐선거 불가’를 주장하며 이 두 단어를 반복했다. 유죄 평결이 기정사실로 되자 시장과 시의원들이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선거 비용을 이유로 들며 허트를 재임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내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구동성으로 ‘허트 시의원 임명’을 외쳤을까. 그리고 그 낙점 과정에서 왜 10지구 내 토론이나 의견 수렴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는 무리수까지 뒀을까. 왜 다른 방법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으며, 왜 11명의 시의원은 설득당했을까. 이런 질문에 아직 당사자들은 답이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은 확인된다. 일단 시의회는 지난 11일 허브 웨슨과 MRT로 이어지는 10지구 내 흑인계 정치 세력의 기득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허트의 이력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2017년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시 가주 연방상원의원으로 일할 때 가주 담당 디렉터 경력이다. 백악관 부통령과 핫라인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허트는 2021년 사우스 LA가 포함된 가주하원 54지구에 출마해 원로들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25% 득표에 그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미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인물을 지역구가 겹치는 시의회에 의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억지스럽다. 결론적으로 11일 결정은 허트를 내년 선거의 선두 주자 자리에 앉혔다. 시의회는 그를 10지구 관리 담당자로 임명하고, 시의원으로 임명했으며 그 와중에 허트 본인이 출마 선언을 했고, 평결 이후 재임명됐으니 이보다 강력한 후보가 있겠나 싶다. 10지구 인구 구성에 맞게 시민들의 의견을 중립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인물이거나 선거 출마 욕구가 없는 인물을 임명했어야 맞지 않을까.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한인사회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이 커뮤니티 안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가 ATM이냐’고 외쳤던 한인 원로들은 침묵했고, 한인 후보 선거 운동이 될 것이라며 거리를 둔 한인들도 한몫을 했다. 시의회의 욕심과 독단, 한인사회의 무관심, 리더를 배출하지 못한 커뮤니티가 '슬픈 삼박자'를 맞추며 11일 시의회 결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2023년 4월 11일은 LA 한인타운 정치사에 가장 수치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며 경찰이 시민을 끌어내야만 했던 LA 시의회를 뒤로하고 나오며 모니카 로드리게스가 내놓은 10분짜리 연설 말미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민들의 신뢰를 복구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를 시의원들이 포기해선 안 됩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취재수첩 10지구 시의원 사진설명 그레이스 la시청 시의회